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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비둘기부태 조문환단장및 참조들(서울운동장) 

 

  1965년4월15일은 해병대 창설 16주년 기념일이다. 이때 해병 제1독립공병중대는 한국군 최초의 파월부부대인 주월 한국군(비둘기부대, 건설지원단)의 소속부대로서 지난 3월16일 월남의 Saigon 항에 해군 함정편으로 도착한 후 Saigon 인근의 Di-an 일대에서 육군 건설공병대대의 병력과 함께 도로건설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날 해병 제1독립공병중대는 해병대 창설기념일 축하하기 위하여 해병공병중대본부에서 야간에는 비둘기부대 장교들을 위한 축하Party를 부대본부의 장교식당에서 열었고 해병공병중대에서는 해병들을 위하여 맥주 Party를 열었다.  우리는 해병대의 노래를 해병들과 함께 어깨동무하고 신나게 한국까지 들리라고 목청이 터지라고 부르기도 했다. 조문환 단장도 잠깐 다녀갔다.  


 


저녁에는 부대본부 전장교, 육군 경비대대(대대장 이광로 중령, 육군 공수단 대대장출신), 육군 건설공병대대 및 육군수송중대 장교들 전원을 장교식당으로 초대했다.  
Party 준비는 해병공병중대 장교들의 수중에서 갹출한 기금으로 했는데 내가 보기에도 많은 비용을 들여 요란스럽게 여러 종으로 준비했었다. 준비에 고생깨나 한것 같았다. 외국에서 우리 해병해 창설기념 Party를 연다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고 또한 감개무량했다. 그것도 우리가 복구지원을 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더욱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식사는 "부페"로 준비됐고 우리는 실컷 먹고 마시면서 우리가  평소에 애창하는 해병대의 노래도 불렀다.  얼마 지나서 조 단장과 육군 장교들이 숙소로 돌아간 후에도 우리는 계속 흥에 겨워 술을 마시고 그리고 술이 우리를 마셔버릴 정도가 됐다.  나는 취안으로 주변을 돌아보니 육군 장교들은 한명도 안보였다. 밤도 깊어서 그들은 자기 숙소로 돌아갔는데 그때 내가 느끼기엔 이들이 돌아 갈 때는 당연히 감사하다는 인사쯤은 하고 갈 줄 알았는데 아무소리 없이 가버렸으니, 혹시 내가 그들이 돌아가면서 우리에게 인사한 것을 잊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나는 은근히 우리가 무시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나는 "야! 육군들이 인사도 않고 돌아간 걸 보니 감사할 줄 모르는가 보다. 예의도 차릴 줄 모르는 무식한 족속들이야!"하고 소리 지르고 나도 취해서 나오면서 "부셔버려"라고 혼자말처럼 소리를 질렀다. 나의 지난날의 야성적인 습관이 취중에 되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숙소로 돌아와 잠에 빠졌다.  
아침에 전령이 와서 깨우는데 지난 밤에는 너무 많이 마셔서 머리가 무거워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전령이 "참모님, 큰 일 났습니다. 지난 밤에 해병대 장교들이 장교식당을 다 때려 부셔서 아침식사도 없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 소리에 나는 순식 간에 술이 깬 것 같았다. 장교식당으로 단숨에 뛰어가 보니 아주 난장판이 돼 있었다. 부수기도 아주 철저하게 부셨다. 트럭 1대분은 족히 되는 것 같이 보였다.  

순간 나는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어젯 밤에 내가 식당을 나오면서 "부셔버려"라고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 한 것이 도화선이 되어 해병대 장교들이 부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래서 나는 우선 조 단장에게 뛰어 갔다. 노크하고 단장 사무실에 들어서니 그의 얼굴이 잔뜩 화나 있었다. 우선 나는 사과부터 먼저했다. 왜 부셨는지는 그때까지 나는 모르고 있었으나 이곳에서 해병대 장교의 선임자이니 해병대 장교들의 난동을 사과했다.  

조 단장은 "해도 너무 했어! 다 저렇게 부셔버리면 장교들은 어디서 식사하라는 거야!"  이 한 마디가 나를 더욱 미안하고 송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단장은 입을 꼭 다물고 있다. 나도 어떻게 됀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물론 후에 알게 되었지만.  

한국에서도 출국준비 중에 경기도 '현리'에서 해병 공병중대원들과 육군공수단출신들과의 충돌로 단장께 폐를 끼친 일이 있었는데 또 이렇게 됐으니 미안하고 또 할 말도 나는 없었다. 나는 "오늘 중으로 부서진 기물을 전부 새것으로 교환하여 저녁식사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나는 단장실을 나와 해병 공병중대장에게 전화 했다.  "지난 밤 어떻게 된거요?" 하고 물었더니 "어제 밤 참모님의 말씀 한마디에 우리 장교 몇 명이 장교식당을 다 때려부셨기 때문에 지금 트럭을 몰고 Saigon시내에 나갔으니 더 좋은 기물을 구입해 올겁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역시 내가 한마디 한 것이 기폭제가 됐구나 하면서도 나의 한마디에 좋은 일이건, 아니건 그대로 움직여 준 해병대 장교들에게 오히려 나는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또한 자랑스럽게도 느껴졌다. 선배 해병들의 전통의 일부를 이들이 여기서 보여 준것이다. 그러나 좀 슬기롭지 못했다. 오후에 Saigon시내에 식당기물을 구입차 나갔던 트럭이 돌아왔는데 번쩍 번쩍하는 새 집기에 전자제품등을 트럭에 하나 가득히 싣고 있었다. 물론 저녁식사는 늦지 않고 우리 모두 새 집기에 그리고 새 식탁에서 할 수 있었다.  

 


 


며칠 후 조 단장이 나에게 "해병대가 부럽다."하면서 당시의 그의 심경을 나에게 토로한 바 있다. 아무렴 물론 부럽겠지 하고 나는 속으로 중얼 거렸으나 나는 이때의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사건 후부터 나는 술을 마시면 더욱 나의 입을 조심하기에 노력했다. 나는 술을 많이 마시거나 기분이 격해 있을 때는 똑같이 말을 많이 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비둘기부대장인 조문환 장군은 내가 보기에 원칙을 준수하고, 부하를 사랑할 줄 알고 또한 부하의 정당한 건의를 받아들일 줄 아는 포용력을 가지고 있는 멋있는 장군임에는 틀림없었다. 이때 나는 그를 보면서 우리 해병대에도 이런 용장이 있었으면, 하는 어떤 부러움같은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나도 조 단장을 잘 몰랐지만 몇 개월 간의 그의 참모생활을 통하여 그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람됨을 보고 나는 육군의 장군으로서 멋있는 장군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육군장교들은 안그런 것 같았다. 이들은 원칙을 준수하면서 엄격한 조 단장의 통솔방침에 그의 앞에서는 아무소리 하지 않으면서 뒤에서는 상관을 비난하는 비열한 자세로 일관 했으며 심지어는 육본이나 합참본부에까지 이상한 소문으로 변질시켜 퍼지게 하여 조 단장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조 단장이 나에게 직접 "지금 합참과 육본에서 누군가 자기에 대한 중상모략을 해서 아주 평이 나뿌게 돌아가고 있으니 누군가 서울로 가서 해명을 해 주어야겠는데 정보참모의 서울출장을 다음 달로 연기할 수 있겟느냐?"하고 나에게 이야기 해 줌으로써 나도 알게 됐지만 이때 나도 그 비난의 대상 속에 포함 돼 있었다.  
그것은 "정보참모는 비둘기부대장의 머리 위에서 놀고 있다"는 황당한 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속에서도 나에게는 할 말이 있었다. 이때의 나는 "적의 60mm 박격포 포탄이 떨어질 때 전부 도망가던 족속들이 지금에 와서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하는 것이 나의 솔직한 이들에 대한 불편한 심경이었다. 그러니 웃기지 말라 이다.  
이때 "나는 지난 4월1일 밤 Vietcong의 60mm 박격포 포탄이 떨어질 때 너희들은 뭘 했는가? 부대장을 버리고 걸음아 나 살리라고 먼저 도망가지 않았는가! 해병대 장교인 내가 육군 장군하고 무슨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나는 정당하고 떳떳했다"하고 나는 이런 육군장교들을 경멸하고 또한 무시했다. 어느 집단에서 건 이런 앞에서는 좋은 소리만 하는 자는 돌아서면 반드시 딴 소리를 한다는 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나 다름이 없다. 위험 속에 빠지게 되면 누구나 그 본심이 나타나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그때는 쓰고있던 허울도 벗게 되니 말이다.  

지휘관은 우수하고 의리있는 부하를 만나고 부하는 좋은 상관 즉 원칙을 알고 그것을 준수하며 부하를 사랑하고 또한 지혜롭고 용기있는 상관을 만나야 개인 뿐만 아니라 그 부대도 발전해 나갈수 있을 것인데 이런 면에서 비둘기부대장은 불행하게도 부하를 잘못 만나지 않았나 하고 나는 이때의 육군 장교들을 보면서 좀 염려가 되었다. 그렇다 하여 전부가 그런 것이 아니라 몇 마리의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팅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자기의 이용가능한 모든 것을 총 망라해서 최선이라는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을 떠나온지 몇 개월 지난 어느날 서울로부터 김성주 쇼단이 위문공연차 비둘기부대를 방문했다. 곽규석, 구봉서 및 송해 그리고 이미자 씨 등 한국에서 손꼽는 유명한 연예인들이 대거 비둘기부대 위문공연을 위하여 멀리 한국에서 이곳에 온 것이다.   전 부대원들은 축제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우리도 그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혈육의 정을 이국땅에서 마음껏 나누면서 파월 비둘기부대원들은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특히 공연 중 이미자의 "동백꽃 아가씨" 라는 노래는 듣고 있던 모든 장병들의 가슴 속에 무언가를 심어 주었다. 많은 비둘기부대원들이 그 노래 속에서 그들의 향수를 달래면서 눈물을 흘렸다.  

군인이라는 제복 속에서 벗어나 수수한 인간으로 전부 돌아간 것이다. 이들은 이국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기쁨에 넘쳐 있었다. 무대 위에 뛰어올라 춤도 추었다. 그들은 그 속에서 파월군인의 보람도 느꼈을 것이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우리는 이와 같은 위문단을 보내준 한국정부에 감사를 했고 더욱 분발 할 것을 다짐했다. 이날은 외국에 오게 되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실감하는 날이기도 했다.    - "노 해병의 어제와 오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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