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지형을 손금 보듯 꿰뚫고 있었다. 반복된 전투에 단련된 병사들은 ‘프로’였다. 야음을 틈탄 포 사격에 많은 병사를 잃은 지휘관은, 적의 취약지에 주공(主攻)을 집중하는 지략으로 판세를 뒤집을 마지막 기회를 노린다. 전선을 돌파하기 위한 마지막 결전, 이윽고 날이 밝아온다.강원도 인제의 육군 과학화훈련단에서는 매년 십수개의 대대가 들어와 이곳에 있는 전문대항군 대대와 자유 공방전을 벌인다. 두 부대가 맞붙어 작전을 짜고 서로를 속이며 사격과 폭격을 가한다. 총에 맞으면 그대로 실려 나가는 ‘실제의 싸움’. 산과 개울을 뛰어다니는 병사들은 죽음을 실감케 하는 전투를 치르며 ‘군인’이 된다. 대항군의 전적은 27전 전승. 대한민국의 모든 내로라하는 부대가 무릎을 꿇었다.3월28일 밤새도록 벌어진 이 무적의 ‘가상 북한군’과 ○○사단 대대의 전투훈련 과정을 현장에서 함께 뛰며 낱낱이 기록했다. 과연 ‘전쟁의 신’은 누구에게 미소지을 것인가.
무릇 전투에서 공격은 ‘주공(主攻)’과 ‘조공(助攻)’으로 나눠 시작된다. 주공은 전선 돌파를 담당하고, 조공은 주공의 전선 돌파가 용이하도록 적을 엉뚱한 곳에 붙잡아두는 일을 한다. 가장 이상적인 공격은 아(我) 조공이 적(敵) 주력을 붙잡아두는 사이, 아 주공이 적 조력을 공격해 전선 돌파에 성공하는 것이다. 한국의 육군 부대는 대개 ‘3단위(일부는 4단위)’로 편제돼 있다. 3개 소대가 1개 중대이고, 3개 중대가 1개 대대, 3개 대대가 1개 연대, 3개 연대가 1개 사단, 3개 사단이 1개 군단을 이룬다. 따라서 공격은 ‘2대1제’로 펼치는 경우가 많다. 2의 세력으로 주공을, 1의 세력으로 조공을 만드는 것인데, 이는 가로로 ‘2대1제’를 구성한 경우다.
전투는 생물이다 ‘2대1제’는 세로로도 구성한다. 전선 돌파는 대개 돌격과 초월(超越)로 구성된다. 적 방어선에 구멍을 내는 ‘돌격’은 가장 힘든 공격이므로 2개 부대가 담당한다. 구멍이 생기면 뒤에 있던 1개 ‘예비부대’가 돌격부대를 초월해 들어가 돌파구를 확장한다. 예비부대의 초월공격으로 구멍이 확대되면 지휘관은 후방에 있던 전차부대를 투입해 ‘봇물을 터뜨려’ 버리는데, 이렇게 되면 전투는 90% 이상 이긴 것이 된다. 아 주공의 공격을 받는 곳이 뚫릴 것 같으면, 적은 아 조공과 대치하고 있는 그들의 주력 일부를 빼내 위험한 곳으로 이동시키려 한다. 적이 이러한 기동을 감행해 구멍을 막아버리면 아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따라서 아 조공은 주공보다 훨씬 더 강력한 돌격을 반복해 적 주력을 붙잡아놓아야 한다. 그 사이 초월공격에 성공한 주공이 적 지휘부가 있는(또는 있다가 도주한) 고지를 점령하고, 그 다음 전투를 유리하게 치를 수 있는 ‘차후(此後) 목표점’을 점령한다. 이렇게 되면 아 조공과 대치하던 적 주력은 그들 지휘부와 통신이 두절돼 ‘목 잘린 닭’ 신세가 된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군대에서 우왕좌왕 각생(各生)을 도모하는 무리가 되는 것. 이러한 잔병(殘兵)을 ‘유후병력’이라고 하는데, 유후병력은 아 조공과 주공이 합세해 소탕한다. 그러나 ‘2대1제’니 ‘돌격과 초월’이니 하는 것은 교과서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전투는 살아 있는 ‘생물’인지라 2대1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법이 없다. ‘생물’인 전투는 때론 조공과 주공을 바꿔놓기도 한다. 기대했던 주공이 돌파를 못하고 헤매고 있는데, ‘거짓 돌격’을 맡은 조공이 전선을 뚫는 것이다. 예비부대가 없는 조공으로서는 초월공격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승리감은 초인(超人)을 만든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상황이지만, 조공 병사들은 승리감에 젖어 성난 파도처럼 밀고들어가 깃발을 꽂아버리는 것이다. 역사는 조공이 주공을 앞지른 사례를 종종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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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7 22:25
KCTC 육군과학화훈련장을 가다 # 1 -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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