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안승회 기자의 군(軍)금해] 신병 교육훈련 현장-해병대
빨간명찰수여 사진=유튜브 국방뉴스 ‘군금해’ 화면 캡처
대열을 맞춰 정렬한 해병대 훈련병들이 해병대교육훈련단 유격교육대에서 훈련교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유튜브 국방뉴스 ‘군금해’ 화면 캡처
해병대 훈련병들이 해병대교육훈련단 유격교육대에서 유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국방뉴스 ‘군금해’ 화면 캡처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해병이 가슴에 품고 있는 글귀입니다. 민간인에서 군인으로, 군인에서 해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고되고 힘들다는 걸 의미하는 글이죠. 한편으로는 힘든 교육훈련을 이겨내고 빨간 명찰을 가슴에 달았다는 해병만의 자부심을 나타낸 글이기도 합니다. 해병을 만드는 것은 해병대교육훈련단의 훈련프로그램과 현장에서 발로 뛰며 훈련병을 육성하는 훈련교관(DI)입니다. 군금해 ‘신병 교육훈련 현장을 가다’ 시리즈 마지막 편, 해병대 신병 교육훈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안승회 기자
오른쪽 가슴에 빨간 명찰을 달고 있는 모든 대한민국 해병대 장병이 거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해병대교육훈련단(교훈단)입니다. 매월 1개 기수, 1000여 명의 장정이 교훈단에 입영합니다. 해병대 신병 훈련교육은 7주간 진행됩니다. 교훈단은 도전주·복종주·인내주·충성주·극기주·해병화주·명예주 등으로 주차별 교육목표를 정하고 상륙군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전투기술을 가르칩니다.
교훈단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입영 후 2주를 예방적 격리 기간으로 정했습니다. 이 기간 훈련병들은 생활관에서 진행되는 실내 교육을 통해 해병대 상승불패 전통과 특유의 가족 같은 단결력, 해병대 정신·가치 등을 배웁니다. 교훈단은 생활관·식당·강당 등 훈련병의 발길과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현수막, 사진, 영상 등을 비치해 훈련병이 자연스럽게 해병대 핵심가치를 체감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연평도포격전·통영상륙작전·도솔산지구전투 등 주요 전투사에 대한 영상과 수기집을 활용해 강인한 해병대 정신이 훈련병 마음속 깊이 자리 잡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격리가 끝나는 3주 차인 인내주부터 본격적인 야전교육훈련이 시작됩니다. 전투기질 함양을 위한 참호격투, 적 화학·생물학·핵 공격에 대비한 화생방 훈련 등이 진행됩니다. 4주 차 충성주에는 예비사격·영점사격·기록사격으로 구성된 개인화기 사격 훈련과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합니다.
마지막 관문, 지옥주 5일
5주 차 극기주는 해병의 상징인 빨간 명찰을 얻기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지옥주’라고 불릴 만큼 훈련 강도가 높습니다. 5일 동안 주야간 연속 완전무장 행군, 산악훈련, 각개전투훈련 등이 쉴 틈 없이 이어집니다. 식사량과 수면 시간을 제한하고 극한 상황에서 견딜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최고치로 끌어냅니다.
훈련 첫날 새벽 4시, 비상소집 사이렌 소리에 기상한 훈련병들은 100㎏에 이르는 목봉을 들어 올리는 체조로 극기주를 시작합니다. 목봉체조가 끝나면 20㎏ 완전무장을 하고 각개전투 훈련장까지 행군으로 이동합니다. 이곳에서 분대 단위 팀으로 편성된 훈련병들은 화생방·장애물극복·시가지전투 훈련을 합니다. 이때 유격장에서는 헬기 하강을 가정한 패스트로프를 비롯해 외줄 도하 등 각종 레펠 훈련이 진행됩니다.
4일 차 오후 9시부터 천자봉 고지정복 훈련이 시작됩니다. 극기주는 훈련 목적상 전장 상황을 가정해 진행되기 때문에 훈련병들은 극도의 공복감과 수면 부족, 체력고갈 등 인내의 한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극기주 훈련에서 훈련병들이 완전무장으로 행군하는 거리는 총 36㎞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은 무박으로 천자봉까지 이동해 고지를 오르내리는 천자봉 고지정복 훈련에 집중돼 있습니다. 고갈된 체력으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이 힘들지만, 훈련병들은 더 힘겨워하는 동기들에게 힘을 보태고 마지막까지 파이팅을 외치며 천자봉 고지를 향해 걷습니다.
선배들 축하와 환호 그리고 수여식
훈련병들이 천자봉 고지정복 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면 교훈단 입구에 군악대의 팡파르가 울려 퍼집니다. 이미 똑같은 과정을 거쳐 가슴에 빨간 명찰을 달고 있는 선배 해병들의 환호와 축하 속에서 훈련병들은 지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디며 부대 정문을 당당히 통과합니다. 이어서 빨간 명찰 수여식이 열립니다. 오직 해병대에 도전한 자, 그리고 강도 높은 훈련을 이겨낸 자에게만 주어지는 해병대의 빨간 명찰. 이 명찰은 해병에게 특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습니다. 훈련교관이 빨간 명찰을 가슴에 달아줄 때 훈련병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비로소 해병대 일원으로 인정받았다는 뿌듯함과 고된 훈련을 이겨냈다는 자부심 등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이죠. 훈련병들은 명찰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보며 해병이라는 긍지를 가슴속 깊이 간직합니다. 빨간 명찰을 달기까지 훈련병들의 뒤에는 그들을 한결같이 지킨 훈련교관이 있습니다. 훈련교관은 모든 면에서 훈련병들의 본보기가 됩니다. MZ세대로 불리는 요즘 훈련병들의 성향을 고려해 항상 솔선수범하고 인권을 존중하면서도 훈련만큼은 강도 높게 진행합니다. 강한 훈련만이 강한 해병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이 훈련병들을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해병화 훈련·자대배치
훈련이 6주 차에 접어들면 공중돌격훈련·KAAV(상륙돌격장갑차) 탑승·상륙전 생존술 등으로 이뤄진 해병화 훈련이 시작됩니다. 공중돌격훈련에서 훈련병들은 인간이 가장 두려움을 느낀다는 11m 모형탑에서 뛰어내립니다. 해상돌격훈련은 해병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상륙기습작전 능력을 함양하는 훈련으로 8명이 한 조가 돼 육상에선 IBS를 들고 이동하고, 해상에선 패들링 방법을 배웁니다. 상륙전 생존술에선 전투수영과 이함훈련을 합니다. 수중 작전이 많은 해병대원은 기본적으로 수영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파도가 센 바다에서 체력을 적게 소모하면서 긴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평영을 배웁니다. 이함 훈련은 상륙작전 중 함정에 이상이 생겼을 때 탈출하는 훈련으로 기본적으로 7m 이함 훈련을, 희망자에 한해 10m 이함 훈련을 진행합니다. 7주 차에는 수료식이 있습니다. 수료식을 끝으로 훈련병들은 교훈단을 떠나 포항, 김포, 백령도, 연평도 등 각자 배정받은 실무부대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