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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중공군 목숨바쳐 막아낸
해병대 776명 젊음도 함께 흘러

1000여 개의 총탄 자국, 무참히 일그러진 바퀴….

22일 오전 경기 파주임진강 통일대교 앞. 육군 제1사단의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 검문소를 지나며 임진강 왼쪽 자유의 다리를 바라보았다. 그 옆에 장단역 증기기관차가 전시돼 있었다.

1950년 12월 31일 오후 10시 파주 장단역. 개성 방향에서 북한의 화물 증기기관차가 천천히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장단역 주변 곳곳에서 국군과 유엔군의 포탄이 쏟아졌다. 기관사는 갑자기 날아든 포탄에 깜짝 놀랐고 기관차는 선로를 벗어나고 말았다. 기관사 한준기 씨는 국군의 군수물자를 운반하기 위해 개성에서 평양으로 가다 중공군에 막혀 황해도 평산군 한포역에서 북한 기관차로 갈아타고 장단역에 들어오던 중이었다. 장단역에 무사히 도착했으나 북한군으로 오해를 받아 폭격을 받은 것이다.

기관차는 그대로 멈췄다. 장단역의 시간도 거기서 멈췄다. 그리고 60년. 비무장지대(DMZ)에서 붉게 녹슨 채 방치됐던 이 기관차 화차는 2년간의 보존처리 작업을 거친 뒤 2009년 6월 민통선 바로 앞인 자유의 다리 남단으로 옮겨 전시되고 있다.

분단의 상징물, 장단역 증기기관차를 뒤로하고 통일대교를 건너 민통선 안으로 들어갔다. 파주의 현대사는 6·25전쟁과 맞물려 있다. 특히 민통선 안쪽과 DMZ는 그 상흔이 깊다. 눈이라도 내릴 듯 날씨는 뿌옇게 가라앉아 있었다. 저 기관차가 멈춰 섰던 장단역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6·25전쟁으로 경의선(서울∼신의주 구간)은 끊겼고 장단역 건물도 파괴돼 사라졌다. 장단역은 DMZ 안에서 그 터만 외롭게 남아 있을 뿐이다.

장단역 대신 2002년 신설된 도라산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북으로 1km만 들어가면 장단역이 있던 곳이다. 그리고 14.2km를 더 가면 개성이 나온다.

도라산역을 나와 도라산 전망대에 올랐다. 날씨가 흐려 시계가 좋지 않았다. 오른쪽 DMZ에서 태극기가 높게 나부꼈다. 그 북쪽으로는 인공기가 눈에 들어왔다. 군사분계선을 마주 보고 남쪽 DMZ에는 대성동 자유의 마을이 있고 북쪽 DMZ에는 기정동 마을이 있다. 대성동엔 현재 원주민 195명이 살고 있다. 긴장의 땅 DMZ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이다.

대성동 자유의 마을 옆으로 판문점과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보였고 그 뒤로 북한의 개성 송악산이 펼쳐졌다. 왼쪽으로는 개성공단도 눈에 들어왔다.

DMZ 안에는 동서를 가로지르는 강이 있다. 장단역이 있던 곳 바로 옆 사천강이다. 이 강 주변은 6·25전쟁 최대 격전 중 하나로 꼽히는 사천강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1952년 3월 중동부 전선에 있던 해병 제1연대는 파주 임진강 일대의 장단지구 서부전선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인근 판문점에서 휴전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 서울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다.

해병대원들은 판문점에서 임진강 하구까지 11km의 전선을 방어했다. 그러나 중공군은 끝없이 밀려왔다. 인해전술이었다. 저항선이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 해병대원은 위기에서 더욱 빛났다. 맨 앞에서 싸우는 전초기지의 해병대원들은 뒤편의 아군에게 자신들의 머리 위로 포격할 것을 요청했다. 그건 목숨을 내건 결단이었다. 몸을 던져 중공군의 파상공격을 막아내려 한 것이다. 해병대의 몸을 던진 강력한 방어에 그해 11월 중공군은 공격을 포기했다. 해병대원 776명이 죽고 3000여 명이 다쳤지만 해병대의 빛나는 승전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서울을 살렸다.

 

 

도라산 평화공원엔 이들을 기리는 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이 싸움터에서 자유조국의 수호신이 된 776명의 젊은 해병 영령들이여! 그대들의 투혼과 공훈은 이 겨레와 더불어 영원무궁하리라.’
파주지역 민통선 안에는 백연리 통일촌, 동파리 해마루촌이 있다. 통일촌엔 실향민과 1사단 제대 장병들이, 해마루촌엔 6·25전쟁 당시 피란 갔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살고 있다. DMZ 안에 있는 대성동 자유의 마을 사람들까지 합하면 모두 801명이다. 통일촌, 해마루촌, 자유의 마을 모두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하지만 평화롭기에 더 긴장되는 곳, 이 역시 전쟁의 상흔이다.

통일촌을 돌아 나와 민통선 철책선 쪽으로 내려왔다. 철책선 너머 임진강 위에 우뚝 서 있는 자유의 다리. 1953년 전쟁포로 1만2773명이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귀환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당시 포로들은 차량으로 경의선 철교까지 온 뒤 자유의 다리를 걸어서 건넜다. 그들에게 저 다리는 생명이었다.

자유의 다리 바로 앞은 경의선 임진강역이다. 임진강역에서 도라산역까지 매일 6차례 관광열차를 운행한다. 자유의 다리를 건너 민통선을 넘어 도라산역까지 간다. 하지만 거기서 멈춰야 한다.

도라산역에서 일하는 윤명묵 역무과장(51)의 말.
“사실 경의선 철도는 2007년 개성까지 모두 연결됐습니다. 지금은 다니지 않지만 2008년 한 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화물 열차가 운행하기도 했지요. 6·25 때 끊겼던 철도지만 지금 모두 이어져 있고, 열차만 다니면 되는데….”
열차가 멈춰야 하는 분단의 땅, 도라산역. 민통선을 빠져나오며 그 대합실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던 안내판이 눈에 어른거렸다. 서울 평양 신의주 그리고 중국 시베리아 유럽까지, 유라시아 횡단철도 노선도였다.

 

■ “495일 싸워… 5000명이 4만2000명 막아”
사천강 전투 참전 공정식 해병대사령관
“적 30~100m 앞까지 오면 사격…새벽녘 도처에 중공군 시신 널려”


“서부전선에서 육군 제1보병사단과 미국 기병사단, 영국 글로스터 부대 등이 무너지자 이승만 대통령이 크게 상심했어. 그래서 해병대가 투입됐지. 우리 해병 5000명이 중공군 4개 사단 4만2000명의 병력을 막아냈지. 매일 전투였어. 495일 동안 지겹게도 전투가 이어졌지.”



6·25전쟁 당시 해병 제1전투단 부단장(중령)으로 활약한 공정식 전 해병대 사령관(사진)은 1952년 3월 17일부터 정전협정이조인된 1953년 7월 27일까지 진행된 ‘장단·사천강 전투’의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휴전회담이 진행되던 1952년 3월 해병 제1연대는 미군 해병1사단과 함께 임진강 이북의 장단·사천강 지구에 투입됐다. 1연대는 판문점 동북쪽의 고랑포 지구에 자리를 잡았다. 고랑포 지구는 동남쪽으론 임진강이, 서쪽으로는 사천강이 흐른다. 북고남저()의 지형으로 아군의 작전에 제한이 따르는 불리한 곳이었다.

당시 휴전회담에서는 각 부대가 자리 잡은 곳을 기준으로 군사분계선을 설정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누가 고지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국경선이 달리 그어지는 형국이었다. 수도 서울로 통하는 장단(사천강) 지구에 대한 중공군의 공세는 집요했다.

“전쟁 중에 나는 해군 함장에서 해병 지휘관으로 바뀌어서 미국 해병대로부터 강습()을 많이 받았지. 내 주변에는 미 해병대 장교 8명과 부사관 등 보병, 지상전, 전차, 함포, 포병 등 전문가들이 있어서 적절하게 지원해줬고 전시에는 밤에도 전술 토의를 했어.”

해병 1연대도 전차중대, 공병중대 등을 보강해 전투단으로 재편성했다. 1952년 10월 중공군은 사천강변에 있는 전초기지를 손에 넣기 위해 공격을 감행하는 등 2개 사단을 동원해 4차례나 대규모 공세를 벌였다.

“전투단장이던 김성은 대령은 인해전술을 펴는 중공군에 맞서 적군이 30∼100m 앞까지 오기를 기다렸어. 가까이 오면 한미 해병은 전차포까지 동원해 집중 포사격을 해댔지. 당시 우리는 미군 제3비행사단의 지원을 받아 제공권을 확보할 수 있었어. 그래서 적은 병력으로도 중공군을 막아냈고 새벽녘 전투가 끝날 때면 중공군 시신이 도처에 깔려 있었지.”

1연대 전투단은 초기 중공군에 다소 밀렸으나 전차부대를 전진 배치하고 적의 접근로를 미리 파악하는 전술로 중공군의 공격을 저지해 서울을 사수했다. 이 전투에서 남측은 1개 대대 병력이 넘는 해병대원 776명이 목숨을 잃고 3212명이 다쳤다. 이들의 희생으로 조국 산하를 지킨 덕분에 군사분계선을 남측에 유리하게 설정할 수 있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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