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 search

조회 수 6612 댓글 0


1월 중순 경기 화성시 발안의 한국 해병대사령부 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연합 해병지휘관 회의.

△미 해병 A 중령: As OPLAN is chopped to ROKMC side more, CJMD has to change accordingly(한국 해병대 측에 작전통제권이 더 많이 이양됨에 따라 연합인원편성편제도 바뀌어야만 한다).

△한국 해병 통역 B 소위: CJMD가 변해야 하는데 OPLAN에…(자신 없는 목소리로) 이상이 있습니다.

△한국 해병 C 중령: (B 소위를 돌아보며) 무슨 소리야? CJMD가 변하는데 왜 OPLAN에 이상이 있지? chop을 그렇게 통역하면 안돼. 다시 물어봐.

B 소위는 6일 “지금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진땀이 흐른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7월 임관한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교와 대학을 졸업하는 등 9년간 미국 생활을 한 영어통.

하지만 당시 통역에서는 군사용어, 특히 약어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A 중령이 말한 군사약어 중에 B 소위가 알고 있었던 건 OPLAN과 ROKMC뿐.

OPLAN은 ‘Operational Plan’의 약어로 작전계획, ROKMC는 ‘Republic Of Korea Marine Corps’의 약어로 한국 해병대를 의미한다. CJMD는 ‘Combined Joint Manning Document’를 줄인 말로 연합인원편성편제라는 뜻. 최근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 새로 등장한 약어다.

그러나 B 소위는 “이들 약어를 알았다 하더라도 통역에 실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opped라는 단어의 용법을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chop은 일반적으로 ‘(도끼나 칼 등으로) 잘게 자른다’는 뜻의 동사지만 A 중령은 그런 뜻으로 이 단어를 쓴 것이 아니었다.

chop 역시 군사약어였던 것. ‘change of operational control’ 중 ‘ch’와 ‘op’를 딴 것으로 작전통제권 이양이라는 뜻이었다. A 중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약어인 명사를 동사로 사용했기 때문에 chop의 일반적인 뜻만 알고 있던 B 소위로서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해병대는 이런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 지난달 5일부터 16일까지 대대적으로 통역장병을 양성했다. 대상자는 대학 졸업을 포함해 최소 5년에서 19년까지 미국에서 생활한 15명(장교 5명, 사병 10명)의 해외파였다. 이들은 2주간 군사용어, 통역이론, 한미 군사조직, 작전계획 등에 대한 집중적인 통역 교육을 받았다.

장교 외에 일반 사병을 공식 통역 자원으로 양성한 것은 육해공군을 통틀어 해병대가 처음이다. 종전엔 해병대에 통역장교 2, 3명만 있었다. 해병대는 하반기에 15명의 통역 장병을 더 뽑아 연중 30명 선을 유지할 계획이다.

해병대가 이처럼 대규모 통역장병 양성에 나선 것은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 독수리연습(FE), 을지포커스렌즈(UFL)연습, 미 해병 대대급 한국 전개 훈련(KITP) 등에 참여하기 위해 매년 한국에 오는 미군 병력의 대부분이 해병대여서 통역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 왔기 때문이다.

이번 통역장병 양성 교육에 참가한 맹윤영 중위는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군사용어 한 단어 때문에 통역은 물론 의사소통조차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8월 UFL연습 중 알게 된 미 해병 중위가 “I was challenged last night(어젯밤 누가 내게 암구호를 물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Who challenged you? Let's go see him(누가 당신에게 시비를 걸었는데? 어떤 친구인지 보러 가자)”이라며 대신 혼내 주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머쓱해진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때 미 해병 중위가 웃으면서 “When somebody asks a question, I must give him an answer(누가 물으면 반드시 대답해야 하는 것 있잖아)”라고 하는 것을 듣고 비로소 ‘challenge’에 ‘도전하다’는 뜻 외에 ‘수하(誰何)하다. 암구호를 묻다’라는 군사적 의미가 있음을 깨닫고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맹 중위는 말했다. 초등학교 때 2년간 미국 생활을 했고 고교 3학년 때 다시 도미해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전혀 엉뚱하게 알아들었던 것이다.

교관인 류승훈 중위는 “군사용어와 작전개념을 모르면 영어와 한국어에 아무리 능통해도 군사통역은 할 수 없다”며 “이번에 교육생들에게 하루에 군사용어 600개씩을 외우게 하고 한미 해병대 조직과 작전계획 등 기초적인 군사지식을 가르쳤지만 기간이 짧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통역장병을 양성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한국 해병대 주도의 한미 연합훈련과 세부 작전계획 수립, 각종 회의 등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군은 물론 미군 측도 마땅한 통역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미 해병 측은 매년 훈련 때나 회의 때 한국인 2세 대위 1명과 현지에서 고용한 한국계 민간인 여자 통역을 동행하나 이들은 군사지식이 깊지 않아 제대로 된 통역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유한종(중령) 교육과장은 “앞으로 한국 해병대 주도로 한미 연합훈련을 할 수 있으려면 미군에게서 세부적인 작전 및 훈련계획 수립 과정을 배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미군과 정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통역자원의 양성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황유성 국방전문기자 yshwang@donga.com

  1. KCTC 육군과학화훈련장을 가다 # 2 - 신동아

    ||0||0 실전(實戰)의 무대 ‘육군 과학화 전투훈련장’을 가다 특전사·해병대 깨고 ‘27전 전승’ … ‘대항군’은 눈빛이 달랐다 전투는 밤에 시작된다 경상으로 분류돼 가슴에 붕대를 감는 훈련군 병사. 경상자는 응급조치를 하면 10분 후 전투를 재개할 수 있다. ...
    Date2007.05.17 Views8211
    Read More
  2. KCTC 육군과학화훈련장을 가다 # 1 - 신동아

    ||0||0 적은 지형을 손금 보듯 꿰뚫고 있었다. 반복된 전투에 단련된 병사들은 ‘프로’였다. 야음을 틈탄 포 사격에 많은 병사를 잃은 지휘관은, 적의 취약지에 주공(主攻)을 집중하는 지략으로 판세를 뒤집을 마지막 기회를 노린다. 전선을 돌파하기 위한 마지...
    Date2007.05.17 Views9076
    Read More
  3. 해병은 만들어지는 것 - 해병대 공수교육을 마치고

    ||0||0나는 지난 1991년부터 1993년까지 육군에서 병으로 복무한 후 2002년에 해군·해병대 군종목사 24기(육·해·공 통합 60기)로 임관했다. 병생활을 경험했기에, 병들을 볼 때마다 항상 마음이 애틋하다. 왜냐하면 그리운 고향과 집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생...
    Date2007.05.17 Views5224
    Read More
  4. No Image

    훈련소24시 해병대교육훈련단

    ||0||0 훈련소24시 - 해병대교육훈련단
    Date2007.05.15 Views5248
    Read More
  5. 해병대 특별경호(소)대(99부대)의 창설과 운영

    ||0||0해병대 특별경호(소)대(99부대)의 창설 1) 창설 배경 1974년 박정희대통령 시해 미수사건(육영수여사 저격사건)으로 박종규 경호실장이 물러나고 차지철 경호실장이 취임하면서 경호실 기능이 강화된다. 공수단 출신의 차지철 실장은, 제2의 청와대라 불...
    Date2007.05.09 Views8998
    Read More
  6. 5월보다 빛나는 군인들<1> 대청도 해병대6여단 이건철 중사

    ||0||05월보다 빛나는 군인들<1> 대청도 해병대6여단 이건철 중사 “어머니가 계셔 행복합니다” 북한을 코앞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서해상 최전방 섬마을 대청도(인천광역시 옹진군). 늘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지만 한 해병대 부사관의 따뜻한 ‘효’ 이야기가 ...
    Date2007.05.09 Views6771
    Read More
  7. 공수교육을 받는 하사관후보생들 - 큰무늬 위장복

    ||0||0해병공수교육을 받는 부사관후보생들 - 큰무늬 위장복
    Date2007.05.02 Views5237
    Read More
  8. No Image

    해병대 홍보용 동영상

    ||0||0 해병대 홍보용 동영상
    Date2007.04.29 Views5702
    Read More
  9. No Image

    세계최강 해병대 와 특전사

    ||0||02004 년 03 월 01 일 (통권 534 호)발행된 신동아 의 기사중 해병대와 특전사를 비교한 글입니다. 적의 심장부 노리는 절정의 고수들 ‘자원자’로 구성된 해병대와 특전사는 극한의 상황에서 반전(反轉)을 시도하는 특수목적군이다. 상륙전을 펼치는 해병...
    Date2007.04.27 Views6746
    Read More
  10. `노인해병`을 위한 뒤늦은 훈장수여식

    무공훈장 5개에도 수여식은 `전무'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6.25전쟁 때 혁혁한 전공을 세운 한 노(老) 해병이 후배 해병들 앞에서 다시 한번 훈장을 받게 된다. 해병대사령부는 12일 해병대 창설 제58주년(4.15) 기념식이 열리는 13일 이천세(81.해병 ...
    Date2007.04.12 Views6039
    Read More
  11. 2006년 해병대 1사단 정비대대, 전투수영

    ||0||02006년 해병대 1사단 정비대대, 전투수영
    Date2007.03.29 Views7304
    Read More
  12. 해병대 2사단 수중침투 훈련-국방일보

    ||0||0쉿! 물결도 숨죽인다… 해병대2사단 수중 침투훈련 (국방일보. 2007. 3. 21) 해병대2사단 수색대원들이 지난 19, 20일 강화도 앞바다에서 펼쳐진 수중 침투훈련에서 목표 지점으로 은밀히 잠입하고 있다. 부대는 이번 훈련에서 다양한 환경에서의 수중 침...
    Date2007.03.21 Views5237
    Read More
  13. 부부.부자군인 4쌍 함께 훈련..이채

    합참이 15일부터 실시하는 2007년도 군단급 야외기동훈련(FTX)에 각각 두 쌍의 부부군인과 부자군인이 동시에 참가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부부군인인 7포병여단 이지원 대위와 부인인 강습대대 김선미 중사, 2기갑여단 이재균 대위와 부인 전진아 중사, 부자군...
    Date2007.03.15 Views7018
    Read More
  14. 이웃의 발이 된 해병대부사관

    ||0||01년여 동안 주말을 이용하여 자신의 여가 시간을 어려운 이웃과 몸이 불편한 장애우, 양로원, 생활보호대상자, 고아원,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여 이웃의 발이 되어준 해병대원이 있어 화재가 되고 있다. 화재의 인물은 해병대 1사단 ...
    Date2007.03.15 Views5975
    Read More
  15. 귀신 잡는 해병 ‘군글리시’도 잡는다

    1월 중순 경기 화성시 발안의 한국 해병대사령부 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연합 해병지휘관 회의. △미 해병 A 중령: As OPLAN is chopped to ROKMC side more, CJMD has to change accordingly(한국 해병대 측에 작전통제권이 더 많이 이양됨에 따라 연합인원편성...
    Date2007.03.12 Views661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37 Next
/ 37

CLOSE